490. 채무불이행 (1)
1. 개 관
(1) 채무불이행의 의의 :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기로 하고서 채무의 내용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거나, 채무를 이행기가 되도록 이행하지 않았거나, 이행을 하긴 했으되 불완전하게 이행하여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되지 않았고, 그러한 상태(급부장애)에 대해 채무자에게 귀책사유(자신 및 이행보조자의 고의 및 과실)가 있을 때 이를 채무불이행이라고 한다.
(2) 채무불이행의 종류 : 채무불이행의 종류에는 이행지체와 이행불능, 그리고 불완전이행이 있다. 이행지체는 채무의 이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이행을 하지 않거나 자기 귀책사유로 이행을 못하게 되거나 하여 이행기를 경과한 경우를 말하고, 이행불능은 채권관계의 성립 이후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급부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를 말하며, 불완전이행은 채무자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이행행위가 행하여졌으나 그것이 채무의 내용에 좇은 완전한 이행이 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3) 최근의 추세 : 유럽연합의 발족 이후 유럽민법이 통합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채무불이행법도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독일의 2002년 개정민법은 의무위반(Pflichtverletzung)의 형식으로 채무불이행 요건의 포괄적인 일반규정을 신설하고(제280조), 채무내용에 좇지 않은 급부의 제공(제281조), 기타 부수적 의무의 본질적인 위반(제282조)에 대해서도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함으로써, 기존의 이행불능-이행지체 중심의 채무불이행 요건을 의무위반 중심으로 뒤바꾸었다.
(4) 채무불이행의 요건
1) 객관적 요건 :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행해지지 않은 상태, 즉 급부장애의 상태가 있어야 한다. 급부장애의 사실은 채권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급부장애에는 위법성이 있어야 하는데, 위법성의 요건은 채무불이행에서의 경우 그리 실제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등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상황이 채무이행의 과정에서 일어난다면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갑작스럽게 강도를 만나는 바람에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 그것은 위법성조각이 아니라 대개 양당사자의 귀책사유 없는 급부장애, 즉 위험부담의 문제로 취급될 것이기 때문이다(제537조).
2) 주관적 요건
a. 귀책사유 : 채무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사유(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 채무자의 귀책사유에는 채무자 자신의 고의, 과실 이외에도 이행보조자의 고의, 과실(제391조)이 포함되며, 불가항력에 의한 급부불능일지라도 채무자의 지체중에 그와 같은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채무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제392조).
b. 추상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 : 채무자와 이행보조자의 과실을 판단함에 있어서 행위자의 실제능력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행위자에에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능력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행위자의 직업, 사회, 경제적 지위에 비추어 거래상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능력을 기준으로 할 때 이는 추상적 과실이라고 한다. 반면 그의 직업, 사회, 경제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행위자의 개인적 능력에 비추어 그의 주의의무위반을 판단할 때 이를 구체적 과실이라고 한다. 대개의 경우 채무자와 이행보조자의 과실을 판단할 때에는 그에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능력을 기준으로, 즉 추상적 과실이 있는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c. 이행보조자의 고의, 과실 : 채무자의 법정대리인이 채무자를 위하여 이행하거나 채무자가 타인을 사용하여 이행하는 경우에 법정대리인 또는 피용자의 고의나 과실은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정되며, 채무자는 자신의 법정대리인 또는 이행보조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고의, 과실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담한다(제391조).
aa. 책임귀속근거 : 비록 채무자의 고의, 과실이 아니라 타인의 고의, 과실이지만 채무자는 타인을 사용하여 이익을 얻었으므로 이에 대한 위험과 불이익 역시 감수해야 한다. 또한 채무자는 이행보조자를 사용했건 사용하지 않았건 어차피 체결된 계약내용에 따라 급부를 제공해야 하므로, 자기가 급부제공과정에서 개입시킨 제3자에 대해서도 자기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bb. 판단기준 : 이행보조자가 이행행위를 하더라도 과실의 정도는 채무자의 주의의무 및 주의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cc. 법정대리인 및 이행보조자 : 법정대리인은 친권자, 후견인, 법원에 의해 선임된 부재자의 재산관리인 뿐만 아니라 일상가사대리권을 가지는 부부(제827조), 유언집행자(제1093조), 파산관재인(파산법 제147조) 등을 다 포함해서 일컫는 개념이다. 법인의 기관은 법인을 대표하는 것이므로, 기관의 유책한 불이행행위에 대해서는 이행보조자인가를 따질 필요도 없이 법인 자체의 채무불이행으로 인정할 수 있다. 반면 이행보조자는 채무자가 스스로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자기 관리, 지배하에 사용한 자를 말한다.
dd. 이행보조자와 이행대행자 : 이행보조자의 개념에는 이행대행자도 들어간다. 이행대행자는 채무자에 갈음하여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는 자를 말하며, 예를 들어 채무자가 채권자의 물건을 보관해야 할 때 채무자가 제3자로 하여금 대신 물건을 보관하게 한 경우 이 제3자를 이행대행자라고 부른다.
ee. 이행보조자의 채무불이행행위 : 이행보조자는 채무자를 위하여 주된 채무의 이행행위 뿐만 아니라 부수적 주의의무의 이행행위, 그리고 보호의무의 이행도 함께 행한다. 물론 채무자는 이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진다. 그러나 채무의 이행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불법행위에 대해서까지 채무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설경호회사에서 유명 정치인의 경호를 맡았으나, 경호원 중 한 사람이 충동적으로 그 정치인의 숨겨둔 애인을 강간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사설경호회사는 강간피해에 대해 책임이 없으며, 오직 경호원만이 정치인에 대해 정신적 손해배상 기타의 책임을 진다.
d. 책임능력 : 채무불이행에 있어서 소위 책임능력이란 채무자가 그의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그것이 불이행인지 아닌지를 규범에 맞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책임능력 없는 채무자에 대해서 채무불이행책임을 면제해줄 것인가 하는 논의가 있었으나(곽윤직), 채무불이행은 어차피 채무자에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므로, 책임능력은 주관적 요건에 굳이 포함될 필요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채무자에게 책임능력이 있는가 없는가에 상관없이 채무자는 급부장애에 대해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
3) 입증책임 : 급부장애의 상태만 있으면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당연히 추정되므로, 귀책사유가 없다는 것을 채무자가 입증해야 한다.
(5) 채무불이행의 효과 : 급부장애와 귀책사유, 즉 채무불이행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도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만약 채권관계가 계약관계라면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도 있으며, 유상계약관계로서 하자담보책임의 요건을 충족시킨다면 하자보수, 완전물급부, 대금감액 등의 하자담보책임도 채무자에게 물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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